'발광하는 욕망의 기록, 새롭게 쓰여야 할 현대인의 자화상'

20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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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하 작가의 ‘발광하는 현대사’는 창작을 통해 시대를 반영하는 실험주의 시도와 성인 만화가 도달할 수 있는 작가주의적 성취의 정점이 제대로 어우러진 작품이라 할 만하다. 작품은 통상의 성인 만화가 단순히 자극적인 성애 묘사에 머무는 포르노그래피의 공식을 교묘히 뒤틀면서, 성(性)을 매개로 현대인의 파편화된 실존과 한국 사회의 일그러진 구조를 날카롭게 해부하듯 메스를 들이댄다.


무엇보다 작품의 진가는 제목은 물론 주인공들의 이름으로 치환되는 정교한 알레고리에 기반한다. 먼저, ‘빛을 발하다(發光)’와 ‘미쳐서 날뛴다(發狂)’는 중의적 의미를 담은 제목은, 순간의 현실이 주는 쾌락에 탐닉하며 빛을 낼 수 있던 대상이 도덕적 붕괴를 겪으며 미쳐가는 현대인의 초상을 그 어떤 문학적 수사보다 강렬하게 전달한다. 이에 더해  ‘현대’와 ‘민주’라는 이름은 캐릭터가 지닌 개인사를 넘어, 우리 현대사가 겪어온 ‘민주주의’와의 기형적인 유착과 갈망을 상징적으로 투영한다.


<발광하는 현대사>는 줄곧 건조하고 냉소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 사실주의적 연출과 상상의 경계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욕망이 지닌 민낯을 마주하도록 중개한다. 이는 현대인이 애써 외면해온 사회적 부조리와 인간관계의 공허함을 씁쓸하게 반추하게 만드는 작가적 행위이자 작품이 지닌 기능의 숙련된 활용이다.


이처럼 강렬한 수작이 팬덤북스의 와디즈 펀딩을 통해 다시 복간된다는 소식은 만화 팬들에게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 분명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걸작이 새로운 옷을 입고 돌아오는 것은, 단순히 복간을 넘어 한국 만화의 창작 생태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상징으로서 자극제가 되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지나간 현대, 지금의 현대, 앞으로 만날 현대를 관통하는 강도하 작가의 예리한 통찰과 특유의 은유적인 연출력이 집약된 ‘발광하는 현대사’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지금, 이 작품이 우리에게 던지는 냉소적인 경고와 질문들이 다시 한번 독자들의 가슴속에서 뜨거운 빛을 발하게 될만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자이자 팬으로서, 여전히 미쳐가고 있는 현대사를 새롭게 조명할 새로운 기록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와 함께, 때마침 재담쇼츠에서 <강도하 중단편 컬렉션>을 연재 중이라 하니, 다른 작품들과 함께 작가의 다양한 색깔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강도하 작가 <발광하는 현대사> 와디즈 펀딩 바로가기

재담쇼츠 <강도하 중단편 컬렉션>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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