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 003]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백종훈 원장

202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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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웹툰의 다리 역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혁신 전략을 듣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만화의 오랜 역사의 흐름에 발맞추어 그동안 한국 만화는 물론 웹툰의 진흥을 상징하는 대표 기관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한국 웹툰의 글로벌 시대를 향한 서막이 열리려는 중요한 시점에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 백종훈 원장을 만났다. 오랜 시간 문화콘텐츠 분야의 활동과 정책 분야에서 활동하며 깊은 이해와 풍부한 경험을 쌓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는 백종훈 원장은 이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창작자와 행정의 가교 역할을 하며,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확장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힘을 주어 말한다.

 

서범강 회장(이하 서) : 이번 취임을 계기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더욱 체계적인 지원과 혁신적인 정책을 통해 만화·웹툰의 핵심 역할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원장님께서 앞으로 펼쳐나갈 변화와 비전에 대해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원장님, 반갑습니다.

 

백종훈 원장 (이하 백) : 네, 바쁘신 일정에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관심을 갖고, 내용을 전하기 위해 찾아와 주신 점에 감사드립니다.

 

: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취임하기까지 많은 상황과 치열한 과정들이 혼재했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한국 만화·웹툰을 위한 책임과 역할을 짊어지는 자리에 오르셨는데요. 취임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백 : 20년 가까이 다양한 역할로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인연이 있었습니다. 원장이라는 업무를 수행하는 기회를 주셔서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처음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진흥원 설립에 국비지원을 하는 과정으로 시작되어, 부천시의원,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 전문 위원, 문화콘텐츠학 박사, 가톨릭대 미디어 기술콘텐츠학과 초빙 교수 등을 거쳐 원장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자리가 단순한 문화예술기관 경영자 자리가 아니라, 만화·웹툰 창작자와 행정 사이의 소통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중요한 위치라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간 쌓아온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진흥원과 만화인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서 :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밖에서 바라보던 것과 취임 후 안에서 바라보는 느낌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떻게 다르던가요?


백 : 밖에서 볼 때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우리나라 만화·웹툰의 중추 기관으로서 안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내부에서 바라보니 예산 구조의 불안정성, 특히 국비 확보의 어려움이 큰 도전 과제로 느껴집니다. 기초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이라는 한계 속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만화진흥기관의 역할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보여집니다. 또한 다른 지자체들이 만화·웹툰 산업 육성에 뛰어들면서 '대한민국 만화수도'라는 부천의 위상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런 외부 환경 변화에 발맞춰 진흥원이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 니다.


서 : 취임 초기의 행보를 보면 굉장히 에너지 넘치게 움직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들을 가지고 계신가요? 


백 : 우선 가장 시급한 과제로 K-콘텐츠 융복합산업을 선도하는 IP 중심 허브로 진흥원을 발전시키는 것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웹툰융합센터를 중심으로 만화·웹툰 기업 외에도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관련 기업들을 유치해 실질적인 IP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상설 IP 콘텐츠 융합 비즈니스 네트워킹 센터를 운영하여 글로벌 관계자들이 자연스럽게 방문하고, 비즈니스 매칭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둘째, AI 시대에 대응하는 만화·웹툰 창작 환경 구축에 힘쓰겠습니다. 만화인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AI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저작권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 과정에서 만화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동시에 KAMT 과정에 창작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수요-응답 형 AI커리큘럽을 준비하여 지원하겠습니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만화도시 부천 발전계획 2030'을 수립하여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문체부 직속 공공기관으로 전환될 수 있는 논리적 근거와 명분을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도시 곳곳에 만화 캐릭터 조형물 설치, 한류테마거리 조성 등을 통해 시민이 체감하고 만족하는 만화도시 부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서 : 모두 중요하고 필요한 일들로 보여지네요. 계획이 실현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할나위 없겠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직접적 대상인 만화·웹툰 창작자와 관계자들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해 무엇을 바라고 있다고 보시나요?


백 : 창작자들과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실질적인 지원'과 '현장 중심의 정책'을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웹툰 시장이 급성장 하면서 플랫폼과 창작자 간의 관계, 저작권 문제, 수익 배분 구조 등에서 창작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진흥원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AI 기술 발전으로 인한 창작 환경의 변화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창작자들이 많은데,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는 진흥원이 기술 발전과 창작자 권익 사이에서 균형 있는 정책을 펼쳐주길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웹툰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해외 진출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일회성, 보여주기 위한 사업이 아닌,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과 같이 실질적인 도움을 원한다고 생각됩니다.


서 : 그 바람들을 위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만화·웹툰의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기관으로서 보여줘야 할 모습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백 : 진흥원은 만화·웹툰 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환경에 인사이트를 갖는 보다 더 유능한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만화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고 연구하는 역할, 현재 활동 중인 창작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그리고 미래 산업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모두 균형있게 수행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지원기관으로서 창작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장의 필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산업적 측면에서는 IP 비즈니스의 허브로서 다양한 콘텐츠 산업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합니다. 셋째, 국제적 측면에서는 웹툰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진흥원은 '만화인들의 대변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만화인들이 언제든 찾아와 의견을 나누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이자, 만화인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표기관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서 : 원장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모든 과정과 계획이 '소통'이 강조된 모델인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있다면 저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긍정적으로 변화를 가지는 가장 최고의 방안은 민관협력의 이상적인 모습을 추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백 : 서범강 회장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민관협력 거버넌스의 구축은 진흥원 존재의 핵심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동안 연구자로서, 공직자로서 활동하면서 예술가와 지원기관(행정, 정치) 사이의 효율적인 의사소통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이 두 영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민관협력의 이상적인 형태는 창작자들이 주도적으로 정책과 사업 방향을 제시하고, 공공기관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는 구조라고 봅니다. 진흥원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만화인들이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만화인들의 필요와 의견이 진흥원의 정책으로 구현되는 쌍방향 의사소통 방식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만화·웹툰 관련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창작자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민간 전문가들과 공공기관의 담당자들이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겠습니다. 특히 AI와 같은 새로운 급변하는 환경이나 저 작권 보호 등 첨예한 이슈에 대해서는 더욱 긴밀한 민관소통 을 통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 : 역시나 소통이 강조되는 전략입니다. 제시하신 실행과 성과를 위해서는 만화·웹툰 창작자와 관계자들의 지지와 협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어떤 협력과 도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백 : 진흥원이 진정한 만화인들의 대표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첫째, 다양한 의견 개진과 정책 제안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AI 기술 발전과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문제점과 필요한 지원책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이 필요합니다. 둘째, 진흥원의 정책 사업에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부탁드립니다. 진흥원이 만화인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들을수록 현장 친화적인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진흥원은 이를 위해 더 많은 소통 창구를 마련하겠습니다. 셋째, 국내외 네트워킹 구축에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창작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진흥원은 여건을 마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되, 실질적인 비즈니스 협력은 창작자와 업계 관계자들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진흥원이 중앙정부 직속 공공기관으로 위상을 높이는 데 있어 만화계의 단합된 목소리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웹툰산업협회를 비롯한 만화 관련 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진흥원이 있기까지 부천시민의 동의와 응원이 있었습니다. 만화도시 부천시민에 대한 만화인들의 깊은 애정을 지금처럼 보여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서 : 좀 더 확장된 이야기를 꺼내 보겠습니다. 현재 만화·웹툰의 현황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한다면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백 : 현재 한국 웹툰은 K-콘텐츠의 원천 IP로서 절대적인 위치로 성장했습니다. 2023년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가 역대 최대인 1조 5천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만화·웹툰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합니다. 특히 웹툰 IP를 기반으로 한 영화, 드라마, 게임 등으로의 확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IP 산업으로서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도전적인 상황도 있습니다. 첫째, AI 기술의 발전으로 창작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툰스퀘어의 튜닝 매직AI, 네이버웹툰의 웹툰미 등 AI 기반 웹툰 제작 도구들이 등장하면서 창작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해졌습니다. 둘째, 대전, 순천 등 타 지자체들이 웹툰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면서 지자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셋째, 웹툰 시장의 규모는 커졌지만 창작자의 수익성은 하향세로 전환되고 있습니 다. 그리고 웹툰 산업의 성장에 대한 업계의 전망에 대한 동의율도 전년대비 4.3%감소했습니다. 앞으로는 IP(Intellectual Property) 확장과 미디어믹스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웹툰이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환되며 산업 간 융합이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AI 기술의 발전이 창작 과정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도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K-웹툰의 영향 력이 더욱 확대되면서 국가 간 저작권 보호와 수익 배분 구조 등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활발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만화·웹툰 산업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창작자의 권익 보호, 새로운 유통 채널 확보, 기술 혁신을 통한 제작 환경 개선이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창작자와 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 : 창작자와 기업을 분리하지 않고 균형있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이 되네요. 그런 점에서 앞으로 한국웹툰산업협회와의 소통은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좋을지 제시바랍니다. 


백 : 한국웹툰산업협회는 산업계를 대표하는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진흥원과 한국웹툰산업협회가 손을 맞잡고 함께 나아간다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협력 방안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째, 정기적인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여 업계의 현안과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겠습니다. 웹툰 산업과 관련된 첨예한 이슈에 대해서는 협회와 긴밀히 소통하며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둘째,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부천국제만화마켓(B-COM)과 같은 행사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주관할 때, 협회의 자문과 협회 회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합니다. 이러한 비즈니스 행사를 후원하고 참여하시면서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창작자 권익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에 함께 나서겠습니다. 만화진흥법 개정이나 저작권 보호 강화를 위한 입법 과정에 있어 협회의 전문성과 현장의 목소리는 큰 시너지가 될 것입니다. 저는 취임 이후 '한국 만화·웹툰 영업사원 1호'가 되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웹툰산업협회와 함께 만화·웹툰 산업 발전을 위해 발로 뛰는 원장이 되겠습니다. 


백종훈 원장과의 만남을 통해 앞으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역할과 방향, 만화·웹툰 산업이 직면한 도전과 기회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백종훈 원장이 강조한 창작자 기반의 정책, 글로벌 확장 전략, AI 기술 발전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 등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현장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대한민국 만화·웹툰 산업을 세계적인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이 인상적이다.

현재 한국 웹툰은 원천 IP로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확실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더욱 체계적인 지원과 혁신적인 정책을 바탕으로 창작자와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다음이 기대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이제 만화·웹툰의 창작자와 산업을 잇는 다리가 되고, 한국과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현장을 향해 기꺼이 앞장서서 달리는 다리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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