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니무비] 영상으로 만나는 웹툰 001_지옥 시즌2 / 연상호 감독

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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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니무비 001_웹툰이 영상이 되어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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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연상호 감독의 <지옥>은 인간의 본성, 욕망, 두려움과 그로 인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을 철저하게 파헤치고 묘사하는 작품이다. 시즌 1에서 제시된 등장인물들은 단순한 서사적 도구를 넘어, 인간이 ‘지옥’을 마주할 때 드러나는 다양한 반응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민혜진의 냉철한 저항, 정진수의 광기 어린 믿음, 그리고 박정자의 순응과 희생은 인간이 극단적 상황에서 보이는 선택의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 매개로 반영이 된다. 그러나 이들이 작품 속의 비중이나 역할에 비해 중요한 메시지 전달자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오히려 중심 메시지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인물은 그들의 주변에서 기웃거리듯 갈등하며 방황하는 천세형이다. 그의 마지막 대사는 혼잣말일지언정 작품의 핵심을 압축하여 제시하듯 임팩트 있게 남는다. 


“아무 의미도 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 서로를 죽이는 세상!!”  


그가 죽음에 임박하여 무언가를 깨닫고 조롱하듯 던지는 대사는 인간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신의 고지와 형벌이 단순히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이 만들어낸 왜곡된 현실임을 상기시키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결국, 신의 의도는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이거나, 이미 현실이 지옥임을 모르는 이들이 스스로 자각하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작품 내내 발생하는 사건, 사고나 드러나는 진실을 직면하면 외부의 초월적 힘 보다는 인간 스스로의 내적 갈등과 파괴적 욕망을 통해 실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알게 된다. 


이렇듯 <지옥>은 인간이 끊임없이 욕망을 부여하고 의미를 만들어내는 속성을 비판하듯 쉴 새 없이 몰아치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날것들을 생생하게 비춰준다. 선과 악, 신과 죄에 대한 개념들이 절대적 기준이 아닌 주관적 해석에 불과하다는 통찰은 작품의 철학적 중심으로 자리한다. 따라서, <지옥>에서의 신의 형벌은 단순한 도덕적 심판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를 파괴해가는 과정의 은유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욕망과 두려움의 순환을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인간의 내면은 지옥으로 바뀌어 간다"  


<지옥 시즌1>에 이어 <지옥 시즌2>로 연결되는 세계관은 모든 욕망이 두려움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듯하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이루지 못할 두려움에 시달리며, 그 과정에서 시기, 질투, 미움, 원망이라는 감정들이 증폭된다. 이는 사회 전체를 지옥처럼 만들어 고통과 형벌이 단순한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내면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인간의 자기 자신의 성취와 타인에 대한 지배 욕구, 욕망이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불안한 심리의 반응은 제각각 다양하게 발현된다. 자아의 갈등 속에서 누군가는 스스로를 포기하고, 누군가는 타인을 가해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더욱 더 극복하려 노력하기도 한다. 그리고 욕망과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파괴하며 살아가는 순환의 굴레에 갇히는데 이러한 반복은 인간의 삶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옥과 다름없음을 암시한다. 


작품 속 부활자의 존재는 흥미로운 장치이다. 이는 마치 그들이 특별한 존재로 보이도록 하는 기대감을 주거나 인간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얼마안가 "지옥으로 가게 될 것이다"라는 천사의 고지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선택에 따라 부활의 기회가 반드시 새로운 삶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자신의 잘못과 약점을 무수히 반복하는 지옥의 체험을 통해 깨달음 주더라도 부활자 역시 인간의 삶으로 회기하는 순간, 자신은 특별하다는 착각에 빠지거나 욕망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다시 과거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인간이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지 못하는 한, 지옥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각적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달리 <지옥>은 단순한 판타지 스릴러가 아니다. 연상호 감독은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인간의 심리를 지옥이라는 상징을 통해 날카롭게 묘사하고자 하는것 같다. 작품에서 도덕적 심판처럼 보여지는 신의 고지는 현실 세계의 도덕적 규범과 유사하다.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압력이 개인을 심판하고 형벌을 부여하는 구조는, 실제로 많은 이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천사의 고지는 사회를 살아가며 개인이 겪는 내면적 울림과도 같은데, 죽고 싶다거나 죽이고 싶다, 죽을 것 같다는 울림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실존적 고통을 경험하게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을 반영하며 지옥과도 같은 상황을 의미한다. 


<지옥 시즌2>에서는 이러한 철학적 질문들이 더욱 심화되는데 기존의 형벌과 구원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넘어, 인간의 선택과 그 결과가 초래하는 복잡한 윤리적 딜레마가 부각된다. 특히 정진수나 박정자 외에도 무수히 나오게 될 부활자와 같은 인물들이 지옥의 순환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그들이 선택한 길이 사회 전체에 어떤 파급을 미칠지 주목할 만하다. 어쩌면 <지옥 시즌3>라도 나온다면 다음 전개는 신과 형벌이라는 외적 권위에 저항하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그 한계를 탐구하는 이야기가 중심이 될 수도 있겠다. 


결국, <지옥>은 단순한 초자연적 스릴러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고찰하는 철학적 작품이며 욕망과 두려움, 심판과 구원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현실 사회가 어떻게 서로를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풀어낸다. 이제 연상호 감독은 웹툰과 영화, 드라마의 경계를 오가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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