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산업은 성장진행형, 균형을 무너뜨리는 젠가 게임을 멈추자

2022-12-01
조회수 634

1. 웹툰을 구성하는 3대 요소

웹툰에 있어 중요한 구성 요소를 꼽으라고 한다면 누구나 먼저 작품과 작가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이들과 떼어낼 수 없는 바늘과 실과 같은 존재로 독자가 존재한다. 이 두 관계는 상호보완적으로 작가와 독자 중 어느 한 쪽도 웹툰에 있어 빠져서는 안될 존재들이다. 출판 만화로 시작해 현재의 웹툰에 이르기까지 좋은 작품은 늘 존재해왔다. 당연히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좋은 작가들도 존재했으며 그 작품과 작가들을 끊임없이 지켜보며 애정을 보내온 독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한쪽에서 그 관계가 지속되도록 연결고리를 제공하는 존재가 있으니 과거에는 만화 출판사가 그랬고 지금은 ‘웹툰 기업’이 그 역할을 이어간다. 말하자면 웹툰이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자격을 갖추게 되면서 이제는 웹툰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에 하나 더 포함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 대상이 바로 ‘웹툰 기업’이다. 다시 정리를 하자면, 작품은 작가에게 종속이 되고 구성 요소를 ‘주체’로 정한다면, 웹툰을 구성하는 3대 요소를 ‘작가, 독자, 기업’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산업이라 함은 ‘인간의 생활을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하기 위하여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활동’을 말한다. 즉, 웹툰이 ‘지속성장이 가능한 선순환의 생태계’의 구조를 갖추고 산업으로서 모습과 역할을 완벽하게 갖추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2. 웹툰 기업의 역할과 가치

이제부터 웹툰이 연재되는 상황을 무대에 빗대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어떠한 공연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과 배우, 그것을 보러 와주는 관객, 객석과 무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좋은 ‘작품과 배우’는 표현의 영역으로 작가에 해당된다. ‘관객’은 감상의 영역으로 독자에 해당된다. ‘객석과 무대’는 환경의 영역으로 기업에 해당한다. 이때 작품이 올려진 무대 위의 배우들과 객석의 관객들은 서로를 밝혀주는 조명을 통해 인지하고 교감하며 느낄 수 있지만, 그 객석과 무대를 누가 설치했는지 작품을 빛나게 하는 조명과 음향은 누가 설계를 하고 조정하는지는 생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웹툰 산업에서 ‘기업’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많이 가려져 있고, 수행하는 일이나 성과에 비해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 못하는 안타까운 면이 존재한다. 반면에 다른 이유로 웹툰 산업에서 기업은 ‘갑’이라 불리거나 소위 ‘갑질’의 주체로 거론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웹툰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의 단계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웹툰 산업은 병아리의 단계에서 이처럼 어마어마한 성과를 보여주며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으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되는 것은 그 다음 단계인 닭으로 성장했을 때, 그리고 해외 진출을 통한 세계화를 완성한 단계, 마침내 진화를 통해 거대 공룡 단계의 면모를 과시하는 때에는 상상 이상의 어마어마한 수준에 도달하게 되리라 확신한다.


522227cdb128f.png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닌 존재라 하더라도 아기는 아기이고 병아리는 병아리이다. 발휘하고 보여주는 능력과 상관없이 성장하는 단계에 있어서는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것도 있고, 불완전한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통한 개선의 과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그러한 과정에서 보여지는 결핍과 시행착오를 ‘문제’의 관점으로 봐서도 안되고 ‘잘못된 행위’로 규정하여 꾸짖을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뛰어난 수준의 아이를 둔 부모가 ‘다른 아이들 보다 잘하는 것을 칭찬하고 인정하기 보다는, 자신이 상상하는 대상으로 착각하여 바라는 만큼, 기대하는 만큼을 하지 못한다 실망하고 꾸짖는 것’과 같다. 따지고 보면 세상 그처럼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무한한 성장의 가능성을 지닌 아이는 그것으로 인해 스스로 트라우마 속에 갇힐 수도 있고, 더 큰 성장의 가능성을 닫고 스스로 벽장 안으로 숨어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즉, 웹툰 산업 역시 놀라운 성장과 성과는 인정하되 아직 ‘성장진행형’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제 아무리 잘난 아이라도 아이는 아이, 아직 서툴거나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격려하고 배려하고 응원하면서 지켜봐야 할 일’이다. 섣불리 매들 들거나 꾸짖을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매를 맞거나 꾸짖음을 들어야 할 대상으로 늘 거론되는 것이 ‘웹툰 산업이고 그 중 기업’이다.

 웹툰을 구성하는 작가, 독자, 기업의 관계는 ‘동행’이다. 동행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는 ‘상생’이다.동행과 상생의 관계와 구조 안에서 갑과 을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가 그러한 대상으로 바라보거나 인정해야 할 이유도 없다. 


3. 위험한 불균형, 젠가 게임 멈추기

산업이 성장하고 환경이 확대되면 그 안에는 여러 목적과 그에 따른 이해관계들이 발생한다. 물론 순수한 애정과 진심을 에너지 삼아 열정을 불태우며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와 그들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애정을 전하는 독자, 언제나 그렇듯 그들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며 객석을 마련하고 무대를 준비하는 웹툰 기업이 있다. 그들이 비추는 조명은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여전히 자신들이 아닌 객석과 무대로 향한다. 그것은 웹툰 산업이 존재하는 한 내일도 변함이 없으리라 자신한다.

이렇듯 웹툰에 대한 무한 애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웹툰 산업을 키워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그들의 무리 속에 섞여 성장과 성과의 과정에서 나오는 단물에만 눈독을 들이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아쉽게도 그들은 자신의 본질을 감춘 채 ‘웹툰을 위해, 웹툰 산업을 위해’ 라고 말하며, 자신들의 기준만으로 정해 놓은 잣대를 들이밀며 정의와 형평성을 이야기한다. 허나 문제는 그 기준이 객관적이거나 보편적이지 않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방향으로 크게 기울어져 균형이 맞춰져 있지 않다는데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웹툰을 위하고 웹툰의 길을 걷는 이라 말하지만, 사실 그들의 언어와 행동에서는 ‘딱히 웹툰을 선택하는 운명적인 이유나 목적 혹은 사명감’은 찾아볼 수 없다. 웹툰 산업이 성장을 멈추지 않는 한 그들은 한없이 웹툰을 구성하는 주체들의 틈에 섞여 존재하려 들겠지만, 웹툰 산업이 쇠퇴하거나 더 이상의 영양분을 공급해주지 못하게 되면 지체없이 ‘웹툰 산업의 환경’을 탓하며 떠날 이들이다.

그들의 행태는 언제나 유사하게 나타나는데 작가와 독자, 기업이 서로 어우러져 동행과 상생을 위해 노력할 때, 이들의 사이에 비집고 들어와 언제나 갈등을 야기시킨다.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로 만들어 부각시키고, 이해가 될 수 있는 일들을 오해로 변질시켜 항상 대립 관계를 유도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은 갈등이 있어야 역할이 생기고 대립이 되어야 비로서 부각이 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상생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이상적인 상생의 환경에서는 오히려 존재하기 어렵다. 그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가 젠가 게임을 할 때, 규칙과 목적은 명확하다. 필요한 것을 꺼내기는 하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는다는 룰이 있고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것이 오래 유지될수록 마침내 서로가 즐기는 하나의 게임이 될 수 있고 함께 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웹툰을 구성하는 3대 요소인 작가, 독자, 기업은 각자의 방식으로 웹툰 산업이라는 블록을 쌓아간다. 균형이 유지되도록 빈틈을 메꿀 수 있도록 보다 견고한 형태로 블록을 쌓아 균형 있게 높은 탑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이들은 스스로에게 이익이 된다고 하면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에게 필요한 혹은 탐이 나는 블록을 빼내는 젠가 게임을 이어간다.

이제 우리는 균형을 무너뜨리는 젠가 게임을 멈춰야 할 때다. 지금은 블록을 빼내는 것이 아닌 블록을 채워야 하는 때이고, 빈틈을 메꾸고 균형을 맞춰가야 하는 때임을 알고 갈들과 대립을 조장하는 혼란 속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4e0ab34ab690d.png 

서범강
· (사)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 아이나무툰 이사 

0 0